2018년 4월 6일 금요일

비중재적 임상연구_설문조사 연구는 모두 비중재적 연구라 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임상시험/임상연구 환경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의 regulatory clinical trial은 여전히 허가 전 임상시험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했는데, 이제는 제품의 전 주기(개발~허가 이후)에 걸쳐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해야 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하였다.

따라서 허가 후의 다양한 형태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관찰연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시험 중 관찰연구 건수와 비율]


관찰연구는 시험정보 등록에 대한 의무사항이 명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마다 다르게 해석됨을 감안할 때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관찰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건강관련 삶의 질(HRQOL,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을 비롯한 환자보고결과변수(PRO, patient reported outcome)들이 주요 평가변수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비중재적 관찰연구들이 등장하였다.


중재연구 vs. 비중재연구(관찰연구)의 명확한 기준을 말할 수 있는가?


그러나 과연 관찰연구라 명명된 연구들이 모두 관찰연구라 할 수 있는가?
연구계획서 제목을 보면 관찰연구라 되어 있으나 상당한 수준의 중재(intervention)적 절차가 포함된 연구가 많았다.

중재연구와 비중재연구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개별 환자에 대한 치료(환자에게 가해지는 가장 큰 중재)를 계획서에 따라 배정하느냐 또는 일상적인 진료 환경 하에서 이루어지느냐이다.

따라서 일상 진료의 일부로(즉, 개별 환자에 대한 임상의의 판단으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조건에서 단/복수의 코호트를 전향적으로 추적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관찰연구라 보게 되며,

이에 반해 환자에게 투여되는 치료를 계획서에 따라 배정하는 경우는 중재 연구로 보게 된다.

이 외에 전형적인 약물치료에 의한 중재연구가 아니라도 아래와 같은 경우도 중재연구가 된다.

예) 간세포암종 위험군을 대상으로 초음파 감시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기관 단위에서 cluster randomization을 통해 무작위배정 결과를 따라 2개월, 6개월, 1년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를 실시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재: 복부초음파
중재결정방법: 계획서에 따라 기관 단위에서 무작위배정

=>일상적 진료지침(6개월에 한 번씩)을 따르지 않고, 검사 빈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경우를 함께 평가하므로 이는 중재연구가 된다.

즉, 아무리 복부초음파가 비침습적이라고 하더라도,
빈도를 높일 경우, 검사 비용의 증가, 내원 횟수의 증가, 진단확률의 증가라는 결과가 있을 수 있고,
빈도를 낮출 경우, 진단기회 상실로 인해 환자를 잠정적인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설문조사 또는 Patient Reported Outcome (PRO) 정도는 언제나 비중재로 볼 수 있는가?


위의 예시처럼 명백한 경우와 달리,
설문조사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이를 중재로 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실제 개인적인 경험의 예로,
2000년 중반에 편두통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어떠한 동의과정도 개인정보처리에 대한 설명도 없이 A4 종이 3장에 가득히 인쇄된 설문지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환자에게 설문지 작성 요구 정도는 별도의 연구계획서 없이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IRB 심의도 거치지 않고 하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설문지를 채워넣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평소 진료와 다르다고 느꼈을뿐만 아니라 설문 작성은 본인의 치료에 직접적인 이득이 전혀 없는 행위로 보이는데 왜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2014년에 유럽 medial writers들과 관찰연구에 대한 워크샵 중에 유사한 논의가 있었는데, 어디까지를 중재로 보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다소 명확하지 않은 주제이었다.

워크샵 중에 누군가가 QOL 설문지 조사는 언제나 non-intervention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대부분 이는 intervention으로 분류한다고 대답했다.

그 중 한 참석자는 독일에서는 문항 수로 평가한 적이 있는데 4문항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intervention study로 해석한 기관이 있었다는 경험을 공유하였다.

그런데 문항수만으로만으로 중재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설문지 작성 시간 측면에서만 중재성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므로 단편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 설문빈도가 일상 진료 시 f/u하는 빈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잦다거나,

2) 설문 문항 자체가 특정 제품에 대한 호감을 유도하도록 하여 치료법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마케팅 자료를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수 많은 설문연구의 설문항목을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3) 환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설문 조사가 중재(의도치 않은 중재라 할지라도) 할 수 없다.

총 125명의 EC 위원들(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을 대상으로 자살충동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윤리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65%의 위원들이 자살충동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자살충동을 부추기는 원치않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였다(Lakeman R. Fitzgerald M. The ethics of suicide research. 2009;30(1):13-19).


그리고 아래 예에서와 같이 진료지침에서 일상적으로 지시되는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가 아닌 한에는 많은 설문지 검증시험(validation)이나 설문지 자체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시험은 중재시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PROMED feasibility randomised trial

즉, 설문조사라고 하더라도 설문조사 항목이 어떠하고, 검증(validation) 과정을 어떻게 거쳤으며, 대상 환자군에서 해당 설문이 일상적인 진료 행위의 일부로 여겨질 수 있는지는 다각도로 점검이 필요하다.

설문조사 또는 PRO의 중재성 판단 기준, 혼재된 시선

설문조사 정도는 중재가 아니다라고 쉽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문항수가 적기 때문에 중재가 아니다라고만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중재연구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IRB 위원이 있을 수도 있다.

후향적 연구처럼 확실히 비중재연구라고 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많은 관찰연구가 사실 중재연구이냐, 비중재연구이냐를 단정짓기 애매한 경우가 많고, 특히 설문연구에 대해서는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정보를 보아도 설문조사를 중재 또는 비중재 행위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혼재된 시선이 확인된다.

[2018년 3월 30일 기준으로]
  • (study type: interventional) = 214,820건
  • (study type: interventional & intervention: questionnaire) = 2,739건 (1.3%)
  • (study type: observational) = 53,881건
  • (study type: observational & intervention: questionnaire) = 2,153건 (4.0%)
이 중 (study type: interventional & intervention: questionnaire) = 2,739건을 기간별로 살펴보면,

  • 2000년 이전: 13건
  • 2000년(싸이트 오픈년도)~2009년: 497건
  • 2010년~2012: 461건
  • 2013년~2018년: 1762건
(총 합이 2,739대신 6건이 부족한 2,733건으로 되는데, 이것은 아마 시험 시작일 입력이 되지 않은 데이터는 시험 시작일로 검색 시 누락이 되어 그런 듯 하다.)

여하튼 여기서 중요한 경향은 최근 5년 이내에 설문지를 중재로 한 연구 등록 수가 대폭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임상시험 등록 의무가 명시화된 시점(ICMJE의 URM에서 2005년, 헬싱키선언에서 2008년) 이후에 임상시험 등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경향보다 조금 더 뒤 시점, 즉 최근에 보이고 있는 경향이다.

이는 아마도 Real-world data에 대한 관심 증가로 patient reported outcome을 주 평가변수로 사용한 연구가 늘고, HRQOL questionnaire의 validation 시험이 증가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문조사나 기타 patient reported outcome을 과연 intervention으로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ISPOR 그룹의 2015년 컨퍼런스(이탈리아)에서도 논의된 적이 있어, 해당 슬라이드를 참고해 볼만하다.

ISPOR (International Spciety of Pharmacoeconomics and Outcomes)
https://www.ispor.org/Event/GetReleasedPresentation/554

결론 


모든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명확한 답은 없으나,
결론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설문지 자료도 PRO로 통칭하겠다).

1) PRO 데이터 수집은 상황에 따라 중재로 볼 수 있다.

1-1) 데이터 수집 자체가 일상적 진료 행위 범주 내에 있다면 비중재로 보게 된다.
여기서 일상적 진료 행위 범주에는 수행 목적, 빈도, 사용하는 평가도구의 검증 여부, 표준진료 지침에서 제시되는 행위의 일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1-2) 데이터 수집 범위와 목적이 일상적 진료 범위와 치료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 중재로 볼 수 있다.

2) Real-world data 수집 목적을 표방한 연구나 정신과 영역의 연구는 PRO가 대상자의 안위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신중히 평가하여 중재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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