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5일 토요일

Paperfuge: hand-powered, cheap (20 cents), and light (2 g)

일식당에서 "카미나베(Kami Nabe)"라는 종이 냄비에 전골을 내어오는 걸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미지 출처: Musashi Restuarant

"불 위에 있는 종이가 타지 않다니!"

효력상실한 연애편지를 태워버리던 기억에 의하면 종이는 불 앞에서 무저항적이었는데, 종이 냄비에 전골을 끓이는 것은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즉흥적 사고 과정은 때론 정교하지 않을 때가 있지... 다시 생각해보면....

(1) 카미나베에는 물이 담겨 있었고, 순수한 물의 끓는 점은 100도

(2) 끓는 점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의 간을 위한 나트륨의 양으로는 1도를 올리기도 힘들다(예전에 계산해 본 결과 물 1 L에 소금 1 T[18 g]를 추가할 때 물의 끓는 점은 100.35도라는 사실! 면 삶을 때 소금을 한 줌 넣으면 끓는 점 오름으로 좀 더 높은 온도에서 빨리 삶아 쫄깃한 면을 얻을 수 있다는 통념은 근거가 부족한 통념이라는 것!).

(3) 즉, 종이가 연소하는 온도는 이보다는 높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했다(보통 200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또 하나의 비밀은 종이 온도가 섭씨 160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특수 코팅을 종이 겉면에 처리한다고 한다(팩트 체크는 안 함).


그러나 원래 이번 포스트의 주인공은 종이 냄비가 아니라 "종이 원심분리기(Paperfuge)"였다.

Bhamla, M. S. et al. Hand-powered ultralow-cost paper centrifuge. Nat. Biomed. Eng1, 0009 (2017).

종이라는 단어가 종이 냄비에 관한 기억을 저장한 뉴런 세포를 흥분시켰나 보다. 😁
(특정 단어에 의한 연상 작용이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인지, 무작위 과정인지를 연구해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은데...아마 상당히 연구되었겠지?)

여하튼 Paperfuge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연구자들은 사실 장난감의 원리를 이용했는데, 이들의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재미있다.



전기도, 건전지도 필요 없이 오로지 손으로 작동하며 종이로 만들어진(그래서 무게가 2 g!) 이 원심분리기로 혈장분리가 1.5분 만에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비용은 20센트라니 정말 획기적이다. 브라보!

단,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진공채혈관을 넣을 수 있는 로터가 달린 원심분리기가 아니라 4 cm짜리 capillary tube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paperfuge는 저렴한 비용과 사용 용이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실험실이 없어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용 문제로 조사가 안 되었던 건강보건 이슈들에 대한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들의 빈혈 상태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라던지, 아프리카 국가에서 말라리아 이환율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과학수업 시간에도 사용할 수도 있겠다.



종이 냄비도 감탄할 만하고, 종이 원심분리기는 상당히 감탄했다.
인간의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성과에 자극이 되는 하루이다. 😃

2017년 3월 19일 일요일

OpenTrialsFDA (App)

어렸을 적 컴퓨터는 Basic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1994년에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이후 요즘은 그야말로 컴퓨터는 내가 상상했던 컴퓨터의 기능 이상을 해 주고 있지. 컴퓨터 스크린에 검색어를 띄우면 수 많은 답이 흘러 넘치는데, 우리는 그야말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데이터는 물리적인 존재감이 없어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우리 뇌 속의 뉴런은 과부하에 걸릴 지경이다(적어도 내 뇌는 투덜거리는 중).

넘쳐나는 데이터, 그러나 이를 제대로 가공하거나 해석하지 않으면 이 역시 무용지물인 것인데, 이러한 한계점을 인식하고 최근 아주 흥미로운 오픈 경연이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름하여 Open Science Prize! 빅뱅이론의 쉘던과 레너드 일당도 신청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가? 호호호.

후원자는 Wellcome Trust, 미국 NIH,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로 이들은 상금 23만 달러(약 2.6억)를 최종 우승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공개하였다. 경연 내용은 일반에 공개된 데이터를 검색, 가공, 이용하는 서비스/도구/플랫폼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솔루션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연구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하였다. 경연은 6개의 준결승팀을 뽑은 후 3개 팀으로 좁힌 후 마지막에 최종 우승팀을 뽑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타임라인을 잠시 살펴보면...

  • 2015년 10월 20일: 경연 공개
  • 이후 45개국에서 450개팀이 참여. 
  • 2016년 5월 7일: 6개 팀이 선정되어 추가 개발을 위한 상금 8만 달러를 수여함.
  • 2017년 2월 28일: 최종 우승팀 발표. 


준결승팀 6개 팀 중에서 3개 결승팀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고 총 76개국에서 3730표가 접수되었는데, 참가국 엑셀 리스트를 보면 한국은 없었다. 70-80대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한국에서 한 명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데지털 세계가 아주 방대한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 아니면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직 그닥 많지는 않다는 것일까? 나도 뒤늦게 알았으니... 

출처: https://www.openscienceprize.org/

원래 이 글을 쓰려했던 본래 취지는 6개 팀 중 결승 후보에도 뽑혔었던 팀의 앱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제약업계에서 메디컬라이터로 일하기 때문에라도 더욱 관심이 갔던 앱인데, FDA 사이트에 분산되어 있는 정보를 한 곳에서 모두 검색해서 알려주는 앱이다. 비록 최종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아주 유용한 앱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FDA 웹사이트(그나마 작년부터 좀 개선이 되기는 했으나)를 이용해 본 자들은 이해하리라...😏


데이터마이닝, 데이터의 표준화, 빅데이터의 응용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에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만이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들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식을 흡수하지만 말고 이를 응용할 것이며, 언젠가 해야지라는 의지만 되새기기보다 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을 다시금 되새이는 하루이다.

I have been impressed with the urgency of doing. 
Knowing is not enough; we must apply. 
Being willing is not enough; we must do.

-By Leonardo da Vin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