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ICMJE Recommendation...2017 update

올해(2017년) 9월 5일 도쿄 힐튼호텔에서 열린 Asia-Pacefic ISMPP meeting 중에 언급된 내용 중 ICMJE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내용이 있어 블로그에도 공유하고자 한다.

업무에 쫓기다보니 미팅 참석 후 바로 업데이트하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이미 지금은 겨울이라는 사실에 자판을 두드릴 마음이 얼어붙는다. 그러나 9월 초에 도쿄를 방문했던 때의 청량한 가을날씨와 오감을 자극하던 음식들의 기억에 다시 에너지를 얻어 글을 이어나가본다.

총 하루 일정의 ISMPP 아시아 미팅은 Annals of Internal Medine의 편집장인 Dr. Christine Laine의 발표로 ICMJE 가이드라인에서 올해 업데이트된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항목은 바로 "Data Sharing Statements for Clinical Trials"로, 임상시험 결과를 peer-review 저널에 게재 시, 임상시험 데이터 공유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두 개의 타임라인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1) 2018년 7월 1일 이후 임상시험 논문을 ICMJE 저널에 투고 시에 데이터 공유계획을 함께 제출해야 함.

2) 2019년 1월 1일 이후 임상시험대상자 등록을 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임상시험 등록(registry) 웹사이트에 등록 시 데이터 공유계획도 함께 공개되어야 함.

여기서, 데이터 공유계획(data sharing statement)은 다음의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a) 원자료(개별 대상자 데이터) 공유여부
b) 공유 데이터 범위, 기타 공유 문서
c) 데이터 공유 가능 시점
d) 데이터 공유 대상자 범위
e) 데이터 제공이 가능한 분석 목적
f) 데이터 공유 방법

그런데 이게 구체적으로 실효성이 있으려면, 앞으로 수년은 더 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션 중에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하였는데, 중요하고 실질적인 문제로 인지는 하고 있으나 ICMJE에서 구체적으로 데이터 포맷을 제시할 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질문: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책이 되려면 데이터 공유 시 데이터 포맷이나 기본적으로 포함해야 할 자료가 사전 정의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계획이 있는가? 예를 들어, 제약업계에서 많이 쓰고 있는 CDISC의 SDTM 형식으로 데이터를 준비해야 된다거나, 원자료 공유 시 data dictionary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인가?


Table from Ann Intern Med. 2017 Jul 4;167(1):63-65. doi: 10.7326/M17-1028. Epub 2017 Jun 6.
링크: http://www.icmje.org/news-and-editorials/data_sharing_june_2017.pdf

아직도 국내의 많은 제약사들이 protocol, CSR, dataset 등이 당연히 confidential 자료이고 회사 소유의 자료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급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임상시험 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특히 벤 골드에이커나 피터 괴체의 목소리가 큰 유럽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적이다.

201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European Medical Writers Association 학회에 참여했을 때, 학회 일정 중 하루가 오로지 EMA의 Data Sharing Policy에 대한 워크샵에 할애되어 있었다. 그 날 EMA, 제약회사, 환자권익단체, 변호사 그룹 등 다양한 입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이미 유럽은 clinical data는 일반 대중에게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고, 어떻게,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는 단계였다.

이러한 움직임의 기저에는 다음 두 가지 중요한 철학적-윤리적 논제가 깔려있다.

1) 임상시험 자료는 대상자(환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생성될 수 없다. 즉, 임상시험 대상자들이야말로 임상시험 자료에 대한 궁극적인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시험 자료는 공익 목적으로 대중에 공개되어야 한다.

2) 현 의료정책, 진료지침은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에 기반하고 있으며, EBM은 개별 근거자료의 비뚤림(bias)이 없을 때에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모든 임상시험/연구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결과발표 단계까지 투명성이 보증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임상시험 계획을 사전에 공유(registration)하고, 결과자료를 투명히 공유(data sharing & unbiased publication)하며, 공익을 위해 제3자의 새로운 연구를 위해 자료가 공유되어야 한다.

올해에는 미국 FDA를 겨냥한 도전적인 목소리들이 줄을 이었다.
JAMA. 2017 Apr 25;317(16):1621-1622. doi: 10.1001/jama.2017.2481.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article-abstract/2612200

JAMA. 2017 Mar 7;317(9):905-906. doi: 10.1001/jama.2017.0918.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article-abstract/2605437

앞으로는 이러한 트렌드가 더 가열될 것이고, 환자의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사-환자 간의 관계가 다소 권위적인 형세를 지닌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 느릴 수도 있겠다. 패널 토론 시, 환자들이 study board member가 되어 계획서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구에서는 이미 이런 시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음), 일본 연구자의 대답은 주저없이 No이었다. ㅎㅎ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5년 내에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되고, 한국 식약처도 ICH 회원국이 된만큼 이러한 글로벌 변화를 주시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 중에 중요한 두 사람이 있으니, 바로 피터 괴체와 벤 골드에이커이다. 그들의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